도희야 요새 보는 것




7월에 금오도 촬영갔을 때 방풍 관련해서 이것저것 도움을 많이 받았던 무슨 위원장(죄송합니다.....)님이 펜션을 운영하고 있었다. 촬영 날 비가 많이 와서 곧바로 촬영하지 못하고 댁에서 죽치고 앉아 시간을 떼우고 있었는데 그분이 자기 집에 배두나가 왔다 갔다는 말을 꺼냈다. 배두나가 이 구석진 섬까지....? 알고 보니 영화 '도희야' 촬영이 금오도에서 진행됐고, 스탭과 배우들이 이 펜션에서 한 달 정도 묵었단다. 배두나가 쓰던 방도 직접 보여주시고 싸인도 보여주시고 배두나가 얼마나 골초인지에 대해서도 일장연설을 늘어놓으시더라. 촬영 후 서울로 올라와서 '도희야'를 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제서야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꽤나 에피소드가 많았던 금오도가 생각났고 6잔에 취해 날 쓰러지게 만든 방풍 막걸리를 또 먹고 싶었다. 어두침침한 영화였는데 그 때문에 집중을 하지 못했나봉가.....

배두나가 연기한 경찰 이영남은 처음 등장부터 섬 주민과 뭔가 이질적이다. 거칠고 원시적인 느낌이 나는 주민들과 달리 영남은 도회적이고 도도하다. 칼 같은 말투와 흐트러지지 않은 외양까지. 그가 이 섬까지 부임하게 된 데는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만 같다. 섬에 도착한 영남이 처음 발견한 건 꾀죄죄한 옷차림의 중학생 도희다. 본격적으로 경찰 일을 시작한 영남이 처음 발견한 것 또한 또래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도희다. 뭔가 어두워보이는 도희가 영남의 눈에 자꾸 들어온다.

영화는 그렇게 도입부에서 도희와 영남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흘러갈 것임을 짐작케 한다. 사연이 있는 두 사람. 도희는 가정에서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영남은 그런 도희가 안타깝다. 방학을 맞아 집에만 있게 된 도희가 걱정스러운 영남은 방학 내내 도희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있기로 한다. 영남의 보살핌 속에서 조금씩 살도 찌고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 가는 것 같은 도희.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해피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균열은 서울에서 영남의 옛 애인이 찾아오면서 더 깊어진다. 도희는 영남을 독차지하지 못하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점점 더 영남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한다. 그러면서 영남이 섬으로 발령받은 이유도 그제서야 밝혀진다. 아직까지 떳떳치 못한 영남의 사생활과 관련된 소문은 금방 섬 전체에 퍼지고, 도희의 의붓아버지는 영남을 아동 성추행 혐의로 고소해버린다. 영남을 잃게 된 위기에 처한 도희는 또 한 번 머리를 굴린다.

전반적으로 김새론의 연기가 배두나를 압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작은 체구와 가녀린 팔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가 대단했다. 섬뜩했던 장면은 모두 김새론의 연기에서 나왔고, 속을 알 수 없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참 잘해냈다. 섬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다양한 얘깃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영화의 장점이라면 장점. 외국인 이주노동자, 동성애, 가정폭력, 왕따, 성폭력, 집단이기주의 등 생각할 거리가 툭툭 던져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도희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영남의 모습은 그 모든 아픔을 겪은 두 사람이 연대하려 한 게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냐고 묻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