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요새 읽는 것








책이 나오면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사게 되는 작가들이 몇 있다. 이 책을 쓴 천명관 작가도 그 중 하나. 꽤 충격적이었던 그의 소설 '고래'를 읽고 팬이 된 이후로 '나의 삼촌 브루스 리'가 나왔고 이번에 오랜만에 소설집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가 출판됐다. 그동안 여기저기 발표했던 단편들이 가지런히 묶여 있는 소설집. 동생이 내가 읽던 걸 빼앗아 가서 조금 읽더니 내용이 죄다 왜 이러냐며 투덜투덜. 그러면서 남기는 말이 '근데 느낌이 다 비슷한 것 같아.' 동생도 천명관의 B급 정서라고 해야 하나 여튼 그 무언가를 느낀 것 같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책 제목인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는 엉겁결에 냉동 칠면조를 얻게 된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를 페이소스 짙게 그려낸 단편이다. 칠면조를 소재로 사용한 이유는 하나겠지. 비싸기도 하고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칠면조 구이를 통으로 구워 가족끼리 오붓단란즐겁게 나눠먹는 풍습이 있으니. 그런 아기자기 도란도란 오순도순 분위기를 내지 못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파편화된 개인사를 드러내기에 칠면조는 꽤 괜찮은 소재였다. 소설 속에서는 훌륭한 어떤 도구로 쓰이기도 한 냉동 칠면조.

그 외도 이런저런, 천명관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넘쳐나는 여러 단편이 실려 있다. 지하철 안에서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따위에 손이 안 가게 만드는 책.

덧글

  • DonaDona 2014/09/23 23:50 #

    막줄만 해도 엄청나네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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