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민란의 시대 요새 보는 것







1. 카타르시스 팍팍 느껴지는 오락 영화. 군데군데 대사와 전체적인 설정 자체가 작금의 정치 현실을 아주 그냥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주제 의식과는 상관없이 스피디한 액션과 호쾌한 장면이 신난다. 영화 초반과 종반에 화적 떼들이 말을 타고 수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컷은 내가 말에 타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진다. 후반부 벚꽃 흩날리는 조윤의 집에서 펼쳐지는 도치와 조윤의 일기토 씬도 아름답다. 물론 그 아름다움의 80% 이상은 강동원의 고운 선과 얼굴이 담당하긴 했지만.

2. 조윤을 절대악으로 그리지 않은 게 맘에 들었다. 조선 철종 시대가 배경인 영화다. 백성의 삶이 팍팍해질 대로 팍팍해졌던 그 때. 세도 정치와 신분제의 모순 또한 절정에 달했을 때. 조윤은 전남 나주 일대 최대 세도가의 서자로 그려진다. 물질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하지만, 무술 실력도 조선 팔도에선 당해낼 자가 없지만, 그는 서자다. 타고난 운명에 한계가 있는 이. 영화의 두 축이 지리산 화적 떼와 조윤이라면 조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그 타고난 운명에 저항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는 그의 처절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리도록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지는 건. 영화적 장치로 나쁘지 않았다. 강동원이라서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3. 당대 최고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별점 네 개 반은 드리고 싶네요. 하정우 강동원 이성민 이경영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김성균 김꽃비 김해숙 한예리. 하정우와 강동원 두 주연보다 조연 배우들이 훨씬 좋더라. 애드립인지 연기인지 전혀 구별이 가지 않는 조진웅이 진짜 갑. 이성민 아저씨는 이번에 너무 진지 빠는 역할이라 살짝 아쉽. 아 한 명을 빼놓았군. 정만식 아저씨도 굿굿!

4. 네이버를 살짝 검색해보니 영화 자체에 대한 평은 크게 좋은 것 같지 않다. 사실 겁나게 감동이 있거나 겁나게 반전이 있거나 겁나게 재밌진 않았으므로. 나랑 오빠도 보고나서 뭐 그냥 쏘쏘다 이러긴 했는데. 백성이 기득권층을 뒤엎는 카타르시스를 조금 더 세게 보여주려면 백성의 대척점을 조윤으로 설정하면 안 됐다. 조윤 또한 기득권의 옆으로 살짝 비켜나있는 인물이었으므로. 그런 걸 알면서도 제작진이 조윤을 악역으로 설정한 건 이 영화의 주제 자체가 모든 걸 뒤엎는 혁명이라기보단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똑같이 불쌍한 놈들이고, 이 좁은 땅덩어리 위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존재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내 생각이긴 하지만. 영리한 윤종빈 감독이 그런 부분을 놓쳤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큰 희열과 감동이 없어도, 나는 군도 이 영화가 나쁘지 않다. 블록버스터다, 대작이다 해서 무조건 빵빵 뭔가가 터져야 하는 건 아니잖아?

5. 내 사랑 하정우가 조금 덜 멋있어서 아쉽다. 종빈이 형 나빠.....

덧글

  • 2014/08/03 02: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