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푸르른 날에] 요새 보는 것



5월을 맞이하는, 5월을 위한 연극. 2011년 초연 이후로 올해까지 매년 4월 말부터 6월 초 정도까지 이어지고 있는 연극이다. 초연 배우와 연출이 뜻을 모아 계속 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울림이 크고 감동이 있고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연극이다. 선선하던 지난 주 토요일 오후, 3-5부 종편을 끝내고 산뜻한 마음으로 오빠와 남산 자락에 있는 남산예술센터를 찾았다.

올해의 첫 공연날이었고 첫 타임이었다. 연인도 많았고 연극과나 연기과처럼 보이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들어서면서 허리 굽혀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 악습은 폐지돼야 하지만 그래도 대학생이라는 이름은 얼마나 찬란한가. 더군다나 이 봄날에. 연출인 고선웅 씨도 보였다. 오빠 덕분에 이 사람이 연출하는 연극은 꽤 많이 봤다. 과장된, 연극적인 연기를 선호하는 연출이라고 한다. 이 '푸르른 날에'도 그런 연기가 많이 보인다. 일상적인 대화 기법이 아니다.

5.18의 마지막 날, 도청 점거에 참가했다가 잡힌 야학 교사 오민호와 그의 연인 윤정혜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날의 광주와 그 이후 30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르치던 학생들을 모두 잃고 잡힌 오민호는 그 충격으로 머리를 깎고 출가한다. 하지만 서로를 잊지 못하는 둘과 그 둘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105분 동안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송창식의 '푸르른 날'은 관객들의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거기다 핑크 플로이드의 명곡 'Anothe brick in the wall'은 당시 폭력적이었던 시대 상황을 나타내는 데 더없이 적합하다. 음악과 연기, 무대 연출 등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명작이다. 5월에는, 5월이 어떤 달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봤으면 좋겠다. 6월 8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