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살고 싶다 요새 보는 것



AIDS. 후천성 면역 결핍증.

예전에는 거의 죽음의 병처럼 여겨졌으나 요새는 완치는 아니라도 꾸준히 치료를 하면 거의 정상인처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알려진 병이다. 하지만 한센병 환자처럼 보균자들은 여전히 세상의 따가운 시선과 마주해야 한다. 성소주자들처럼. 이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그런 '소수'의 목소리를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들려주는 작품이다. 단순히 우리 억울해, 우리도 사람이야 라는 식의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변화시켜 가려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는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남자들의 경기로 알려진 로데오를 즐기고 콜걸을 불러 한바탕 놀아제끼고 시도때도 없이 마약과 술을 삼키는 '상남자'가 론 우드루프다. 미국에서도 보수적인 동네로 알려진 텍사스 주 달라스에서 카우보이의 삶을 영위하던 그에게 갑자기 불어닥친 청천벽력같은 선고, 에이즈. 평소 게이나 트랜스젠더들을 혐오했던 그였기에 '게이들이나 걸리는 병'인 에이즈 선고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의사는 그에게 시한부 30일을 선고하고, 같이 어울려 다니던 무리들은 모두 론의 곁을 떠난다. 그의 곁에 남은 건 - 평소라면 절대 옆에 두지 않았을 - 게이이자 여장남자인 레이언밖에 없다.

그 이후로 영화는 론 vs 미국 FDA의 대결 구도로 진행된다. 살기 위해, 오로지 살기 위해 멕시코와 일본에서 에이즈 치료약을 들여오는 론과 그 약이 아직 시판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약 복용을 금지하는 FDA. 하지만 론이 들여온 약은 30일밖에 못 산다던 그를 8년 정도 더 살게 했으며 다른 많은 에이즈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줬다. (너무 스포일러인가....) 영화 스토리 상 FDA가 너무 악으로 그려지는 감은 있지만 그만큼 '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간절했다.

론이 몰래 들여온 약을 너무 비싸게 팔지 않고 다른 환자들에게 적당한 가격에 나눠줬으면 후세에 그의 이름이 더 길이 길이 남았겠지만 현실의 론은 그렇게 너그러운 인물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죽는 걸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또다른 삶을 개척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더라. 론이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마, 에이즈 걸린 나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이렇게 똥줄타게 일하는데 니들은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징징거리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좀 재밌게, 즐겁게, 열정적으로 살아봐.' 대강 이렇게 말이다.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할 필요는 없고 과하게 내 열정을 노동으로 치환해서 혹사시킬 필요도 없다. 그래도 후회없이 무언가를 해본다는 건, 그건 참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헛된 시간만큼 아픈 건 없으니까.

덧글

  • Marzanna 2014/03/28 12:42 #

    오 이 영화 재미있지. 론이 여자한테 작업걸 때는 미묘하게 진짜 매튜 맥커너히의 스킬이 발휘되는 것 같아서 엄청 웃었음 ㅋㅋㅋㅋㅋ 이 친구가 돈에 환장한 타입이어서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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