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라이브]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 요새 보는 것



하대세의 신작. '더 테러 라이브'를 봤다. 엄청난 대작 설국열차에 맞서 그래도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그리고 실제로 보니 참 괜찮은 영화였다. 실제로 몇 분 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고, 그 몰입력이 끝내줬다. 감정과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않았으면 줄줄줄 늘어졌을 영화를 타이트하게 잘 만들어준 감독과 하대세 및 다른 배우들에게 감사를. 더불어 정말 데칼코마니를 찍은 듯 현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인물과 상황이 살아있는 영화다. 그래서 기분이 더러워지기도 하지만.

SNC 방송사의 앵커 윤영화(하정우). 5년 간 메인뉴스 앵커 자리를 꿰차고 승승장구하다가 갑자기 라디오 방송 DJ로 좌천된다. 거기다 사내커플이었던 부인 이지수 기자와도 이혼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이래저래 쪽박 찬 신세가 된 그. 하기 싫지만 억지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데일리 토픽'에 어느 날 마포대교를 폭파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을 창신동에 사는 50대 남자라고 밝힌 이 사람. 윤영화는 미친 놈의 전화로 취급하고 전화를 끊으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굉음이 들리더니 진짜로 마포대교에 폭발이 일어났다. 아직 범인의 전화가 끊기지 않음을 확인한 윤영화는 그 즉시 머리를 굴린다. 테러범과 통화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내보내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다시 메인뉴스 앵커 자리로 복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윤영화는 보도국장 차대은(이경영)과 딜에 성공한다. 라디오 녹음 부스 안에 파란색 크로마키 판이 차려지고, 테러범과의 전화가 생중계된다.



관객들은 여기까지만 보면 참 윤영화 저 자식 더럽구나, 욕심 진짜 많네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언론인이라는 놈들도 믿을 거 하나 없어. 뭐 이런 생각이 들 거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영화는 이에 그치지 않고(분명히 앞에서 '데칼코마니'라고 했다.)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아주 정확히, 낱낱이 드러낸다. 

테러범은 자신을 일용직 건설 노동자라고 밝히며 몇 년 전 있었던 마포대교 보수공사 현장에서 죽은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얘기한다.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구조도 받지 못하고 죽어간 그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방송사로 와서 사과하라는 것이 그의 요구다. 그러지 않으면 마포대교를 한 번 더 폭파시킬 거라고 협박한다. 마포대교 사고 현장에는 윤영화의 전 부인 이지수가 취재 차 나가있는 상황. 거기다 범인은 윤영화가 귀에 착용하고 있는 방송용 인이어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흘리며 그를 협박한다. 빨리 대통령을 데리고 나오라고 말이다.



시청률은 당연히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윤영화와 딜을 한 차대은 국장은 사장과 또 딜을 했다. 시청률 70%가 넘으면 본부장을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 윤영화를 위해주는 척 하던 차 국장은 시청률이 78%를 찍자 미련없이 스튜디오를 떠난다. 자신의 목적은 달성됐으니 마포대교 위에 위험하게 있는 이지수 기자의 안위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사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말이다. (이게 바로 데칼코마니다.-_-)


대통령은 (당연히) 오지 않고, 범인은 다리를 한 번 더 폭파시켜 다리 위 사람들을 고립무원 상태로 만든다. 이지수 기자도 그 위에 있는 상황. 윤영화는 필사적으로 대통령을 부른다. 하지만 대통령 대신 나온 경찰청장은 고압적인 태도로 범인을 대하다 결국 인이어 폭탄이 터져 생중계 자리에서 즉사하고 만다. 마포대교도 결국 무너지고 이지수 기자는 한강에 빠진다. 처음에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범인과의 딜에 응했다가 이제 오도가도 못한 상황이 된 윤영화. 그와 테러범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범인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다시 묻혔고 이 세상은 내일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또 흘러갈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절대 사과하지 않고 가진 자는 가진 것을 절대 내놓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은 자신을 둘러산 세상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윤영화(범인은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가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버튼이지만 다른 선택사항이 없었으리라. 처절하리만큼 솔직한 이 영화가, 그래서 잘 만들었지만 참 짜증이 난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분노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