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하우스]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자유 요새 보는 것



씨네21를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개봉 영화들을 보게 되는 것 같다. TV 영화 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신작 영화 소식을 놓칠 때가 많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종이 영화 잡지 씨네21이 오래오래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빌어본다.

이 영화, '인 더 하우스'도 씨네21에서 발견했다. '8명의 여인들'을 만든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라는 데서 한 번 끌렸고,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제자에게 불륜(이라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당한 대체어를 발견하질 못하겠다 으으윽.)을 부추기는 교사라, 거기다 또 그 일을 해내는 10대 아이. 어떻게 보면 참 질척한 얘기를 오종 감독은 뭔가 상큼하고 발랄하게 소화해줄 것 같았다. 그것이 이 영화를 고른 이유.


제르망은 파리 한 고등학교의 문학 담당 교사다. 일찍이 작가를 꿈꾸고 소설도 몇 권 펴냈으나 신통치 않았다. 작문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지난 주말에 한 일'을 주제로 내 준 제르망. 피자를 먹었다, 스마트폰을 갖고 놀았다 등 '쓰레기' 같은 글 중에 눈에 띄는 글을 발견한다. 클로드라는 학생이 쓴, 같은 반 친구 라파의 어머니 에스더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 글이었다. 제르망은 이를 부인 쟝에게 보여주고, 쟝은 부모와 학교에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지만 제르망은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클로드를 좀 더 키우고 싶어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둘의 비밀과외.

수학을 못하는 라파를 도와준다는 핑계로 라파의 집에 자주 가게 된 클로드는 제르망의 부추김과 자신의 욕망에 탄력을 받아 점점 더 깊숙이 라파 가족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다. 집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건 물론이고 에스더 부부의 대화까지 엿들으며 이 가족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해나간다. 그런 사실을 제르망에게 들고 오는 글 속에 써내려간다. 제르망은 진짜인지 클로드의 환상 속에서 빚어진 이야기인지를 확실하게 알지 못한 채 계속 클로드의 글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자 클로드는 자신이 계속 라파의 집에 가려면 이번 시험에서 라파의 수학 성적이 올라야 한다고 말하며 제르망에게 몰래 수학 시험지를 훔쳐내올 것을 주문한다. 머릿속으로는 안 된다고 외치면서 수학 시험지를 훔쳐온 제르망. 둘은 점점 더 깊숙이 라파 가족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이 소설 아닌 소설의 결말은? 음, 스포일러가 될까봐 공개하진 못하겠다. 바로 위 이 사진을 보면 조금 설명이 되려나.

거기다 이 '프로젝트'는 제르망과 쟝의 사이에도 균열을 가져온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학교를 그만둔 클로드와 역시 학교를 그만둔(!) 제르망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앞쪽에 있는 한 아파트의 풍경을 바라본다. 두 여자가 베란다로 나와 언쟁을 벌이는 걸 본 제르망은 자매가 가족 문제 때문에 다투는 거라고 추측하고 클로드는 레즈비언 커플이 사랑 싸움을 하는 거라고 상상한다. 그렇게 둘은 '인 더 하우스'의 가족들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소년의 욕망과 '작가'라는 자신의 꿈을 향한 제르망의 욕망을 얘기하는, desire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엔딩 장면을 보고 나니 우리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야기, 그 이야기에 대한 욕망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야기를 위해 클로드는 위험을 무릅쓰고 점점 더 라파 가족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제르망도 클로드를 부추겨 더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려 한다.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욕망을, 오종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이야기 속의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우리 모두가 원하고 있음을 감독은 알았을 것이다.

덧, 프랑스어는 싸울 때도 참 아름다운 듯.


20130709, @대학로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