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1-10 완독! 요새 읽는 것



사진부터 위엄 돋는 태백산맥.
마음 한 구석의 버킷리스트, 위시리스트로만 자리잡고 있은 지 어언 10년. 그나마도 녹록지 않은 현실에 치어 거의 까먹고 있을 무렵, 새로 생긴 동네 도서관에서 완전 새 책인(새 도서관이니 책도 다 새 거입니다. 으하하하) 이 태백산맥을 발견했다. 그 때부터 틈날 때마다 쭉쭉 읽어나가기 시작해서 약 20일 정도 만에 10권 전체 완독했다. 일 그만두고 5월 한 달 쉬면서 내가 나 자신에게 세운 하나의 목표였는데 결국 5월의 마지막날인 오늘 31일, 10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김으로써 목표 달성했다. 뭔가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을 알랑가 몰라.

기대했던 것보다 이야기는 흡인력이 있었고 힘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생생했던 남도의 걸쭉한 사투리. 그래도 사투리끼리는 통하는 게 있는 건지, 전라도 사투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지만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다 알아먹겠더라. 어제 만난 한 동생 녀석(서울 여자임ㅋㅋ)은 도무지 태백산맥 속의 대화를 못 알아먹겠다고 투덜거리던데. 적어도 난 이해는 됐으니, 사투리끼리는 통하는가보다. 나도 한 사투리 걸쭉하게 쓰는 여자이니. 그 사투리 속에 정말 민초들의 애환과 흥과 끈질김, 그 모든 게 들어있는 것 같아서 책의 매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줬다.

또 소설이지만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의 그 혼란기를 그 어떤 역사책보다 자세하게 그리고 있어서 하나의 교과서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쟁 때의 빨치산 활동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배경이 보성군 벌교읍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그쪽 출신 빨치산들이 주로 활동했던 지리산에서의 전투를 잘 알 수 있다. 9권과 10권은 거의 토벌대와 빨치산의 지리산 전투를 묘사하는 데 할애돼 있다. 빨치산 활동이라면 식겁하는 이승만 이하 반공 투사-_-들은 깜짝 놀랄 얘기겠지만 그 모든 것이 엄연한 우리의 역사다.

해방 이후 들어선 외세. 우리 힘으로 독립을 이루지 못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이념의 비극은 결국 이 조그마한 반도의 허리를 두 동강내버렸다. 그리고 한 집안의 형제를 좌익 빨치산과 우익 반공투사로 갈라놓았다. 이념의 비극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이면 종북, 무상급식에 찬성하면 종북, 김정일 '개새끼'라고 말하지 못하면 종북.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념(이젠 이념이라고 하기에도 우스워진. 그냥 뭐랄까. 박정희vs反박정희의 대결이라고 해야할까.) 대결이 아직도 이 땅에는 버젓하다. 대대로 기득권을 지켜온 이들은 그것을 절대 놓으려 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실제로도 그랬겠지만 빨치산들은 '새로운 세상'을 위해 지독스럽게 산 속에서 투쟁을 이어나간다. 지주와 소작인의 구별이 없고 모두가 공평하게 땅을 나누는 세상, 머슴이라고 백정이라고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똑같은 사람으로 대접받는 세상, 그런 '혁명'을 위해 모두들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제한 그들의 신념과 행동은 지금 내게도 던지는 바가 크다. 2011년, 처음 언시를 준비하면서 썼던 글이나 자기소개서에는 '혁명'을 원하는 내 열정이 가득했다. 왜 언론인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대답하곤 했었다. 글로써, 진실을 알리는 일을 함으로써 세상을 바꿔보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불꽃이 가슴 속에서 사라진 게 사실이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내 마음 속에, 지리산에서 죽어간 그들의 불꽃을 다시 되살리고 싶다.

조정래 문학관이 벌교에 있다고 한다.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