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로티] 쌤!!!!!!!하고 불러보고 싶은 영화 요새 보는 것



이제훈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 '파파로티'를 봤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파파로티'로 알고 있는 주인공 장호 때문에 제목을 저렇게 정했겠지. 거기다 아버지를 뜻하는 '파파'라는 말도 들어가면서 아버지같이 장호를 이끌어 준 나쌤! 상진의 수고도 잘 드러내주는, 좋은 제목이다. 문제아 제자를 잘 이끌어 세계적인 성악가로 만드는 스승의 이야기는 그리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2004년에 최민식 주연으로 개봉된 '꽃피는 봄이 오면'이라는 영화가 있다. 강원도 산골 관악부를 조련시켜 훌륭하게 키워내는 선생님. 내가 알기로는 이 두 영화 모두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다. 그래도 계속 영화가 나오는 건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겠지.

장호(이제훈)는 대구 일대를 주름잡는 조폭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싸움에 엮이면서 조직에 들어오게 된다. 학업에는 뜻이 없지만 성악에는 뜻이 있어 학교를 계속 옮겨다닌 끝에 김천예술고등학교로 전학하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따고 노래도 배울 겸. 하지만 유명한 성악가 출신이라는 음악 교사 상진(한석규)은 성악을 배울 자세가 돼 있지 않은 장호를 가르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장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학교 홍보를 위해 데려온 교장(오달수)과 계속 티격태격이다. 수업 시간에도 장호의 노래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고 무시하기 일쑤.


계속 조르는 장호 때문에 장호의 노래를 듣게 된 상진. 신이 내린 재능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장호의 목소리에 상진은 깜짝 놀란다. 그 때부터 상진은 장호를 위한 특훈을 시작한다.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장호를 위해 숙희(강소라)를 붙여주며 열심히 가르친다. 그러면서 조폭에서 나오라고 장호를 설득한다. 직접 장호의 조직을 찾아가 자신의 발목을 내놓을 테니 애를 풀어달라고 사정하기도 한다. 그러다 장호와 언성을 높이고 다투기도 한다. 장호에게 조직은 오갈 데 없는 자신을 받아준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

장호의 재능을 알고 도와주고 싶어하는 조직의 2인자 창수(조진웅)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장호를 다독인다. 넌 교복을 입고 있을 때가 가장 이쁘다고, 꿈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아느냐고, 노래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상진과 창수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을 다잡은 장호는 조직을 탈퇴하고, 오로지 노래만을 위해 달려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종콩쿨에선 지각 때문에 입상하지 못했지만, 상진은 친구에게 부탁해 장호를 이탈리아로 유학보낸다. 그리고 7년 후, 장호는 세계적인 테너가 되어 돌아온다.

위 사진의 김호중 씨가 극중 장호의 실제 모델이다. 어렸을 때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어쩌다 보니 조폭의 세계로 빠지게 됐지만 성악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김천예고에 입학해 상진 같은 교사에게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뻔하디 뻔한 스토리에 뻔한 감동인데도 그리 지겹거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들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뻔하긴 한데 재밌고 지루하진 않다. 그래도 감동이 있다. 뭐 이런 얘기. 이제훈과 한석규가 연기를 워낙 잘한 탓도 있을 테고, 아 진짜 잘하더라. 한석규...... 석규느님.... 거기다 강소라랑 오달수 등 조연들도 감초 역할을 잘해줬다. 아마 '참 스승'에 대한 갈증이 다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제자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내줄 수 있는 그런 선생님 말이다. 사제 관계가 참 거시기해진 요즘 세상에 장호와 상진 같은 사제지간을 보고 싶어하는 대중의 열망이 이 영화를 시시하지 않게 만든 것 같다.

덧. 영화 배경이 김천과 대구다 보니 사투리도 많이 나오고, 내 학창시절이 계속 생각나더라. 그 12년 동안 나를 가르쳐주셨던 수많은 선생님들. 이상한 사람도 많았지만 그래도 참 많이 배우고 혼났다. 그때 그 시절처럼 '쌤!!!!!!!!!!'하고 시원하게 불러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