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김영하 역) 요새 읽는 것



일어나서 도서관 가려다가 계속 비가 추적추적 오길래 다시 침대에 기대 앉아서 개츠비를 마저 읽었다. 고딩 땐가 읽고 난 후 10년 정도 만에 다시 접한 개츠비. 이미 머릿속에서 줄거리는 지워진 지 오래. (내 몸은 너를 잊은 지 오래...라는 시 구절이 생각나네. 누구 시냐... -_-) 새로운 책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다. 생각보다 가벼운 책 무게에 놀랐고, 어렸을 때 읽었던 내용과는 뭔가 달라진 것 같아서 또 한 번 놀랐다. 책 내용이 달라진 게 아니고 내 머리가 그만큼 굵어지고 내 정신에 그만큼 세상의 때가 묻었다는 얘기겠지만.

민음사 꺼랑 문학동네 꺼 중에 고민하다 김영하가 번역한 문학동네 판이 괜찮다는 말을 들어서 선택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아직 책을 읽으면 이것이 김영하 문체다! 이렇게 딱 말할 수 있는 깜냥은 되지 않지만 책 전체가 뭔가 젊어진 느낌이랄까. 해설에서 김영하도 적어놨더라. 이전까지의 번역본에서는 데이지와 개츠비, 닉과 개츠비가 말하는 어투가 모두 존대말로 돼 있었다고. 하지만 책 속 이들의 나이가 끽해야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란 점을 감안해서 김영하는 이들의 대화를 모두 반말로 바꿨단다. 그러면서 책의 나이도 한층 어려진 느낌이다. 최근에 영화도 개봉됐으니 책 속 개츠비의 얼굴에 디카프리오를, 책 속 데이지의 얼굴로 캐리 멀리건을 대입해가면서 읽었더니 더 young해진달까. 

지난주에 면접에서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왜 위대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책도 영화도 보지 않았던 상태라 횡설수설 대답했는데(이것이 탈락의 원인은 아니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읽고나니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920년대, 미국이 1차 대전 이후 한창 경제호황을 겪고 흥청망청한 생활로 진입하던 시대. '블랙 먼데이'가 찾아오기 전의 그 찬란하던 시기. 모두가 돈과 부를 거머쥐려 할 그 때에도 오로지 데이지를 위해, 순수했던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개츠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위대했다고 말이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척 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아니까. 데이지가, 개츠비가 그토록 원할 필요가 없었던 여자였다는 사실은 독자를 더 슬프게 한다. 

김영하의 글로 감상을 갈음하려 한다.
"만일 누군가 나에게 이 소설을 단 한 줄로 요약해달라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이라고. 개츠비에게는 데이지라는 목표가 있었고 데이지에게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지향이 있었다. 지친 윌슨은 엉뚱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 몸이 뜨거운 그의 아내는 달려오는 자동차를 잘못 보고 제 몸을 던진다. 작가인 피츠제럴드마저도 당대의 성공과 즉각적인 열광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 표적들을 향해 쏘아올린 화살들은 모두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꽂혔다. 난데없는 곳으로 날아가 비로소 제대로 꽂히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다."


덧글

  • 츄투 2013/05/28 15:15 #

    김영하 말 멋있넹. 긍데 책 내용을 잘 모르니 자세한 건 패스ㅋㅋㅋㅋㅋ
  • 로까쏠 2013/05/28 15:26 #

    ㅋㅋㅋㅋ소설좀읽어 이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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