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요새 읽는 것



장강명 作

작년에 꽤 화제가 됐던 책. 20-30 세대라면 공감하는 바가 컸을 듯. 구어체에 1인칭 시점으로 술술 써내려가 가독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이라면 두 시간 정도면 완독이 가능할 만하다. 주위에도 호주로 워홀을 간 친구들이 많다. 돌아온 친구도 있고 거기서 외국 남자를 만나 그 남자의 고국으로 시집을 간 친구도 있고, 커플이 가서 이 책의 주인공 계나처럼 거기서 영주권을 따고 눌러앉으려는 친구도 있다. 어차피 삶은 각자의 선택이고 그 모든 선택은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적어도 현실을 바꿔보려 어떻게든 노력하는 게 그냥 주저앉아 남 탓만 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요새 읽는 것



정용준 作

오랜만에 출퇴근길 오가며 읽어내려간 소설집. 정용준의 책은 처음이었다. 가족과 유사 가족에 얽힌 이야기에 전 소설에 묻어나 있었다. 이 작가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구나 하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기도 했다. 군 의문사 문제, 사형 제도의 존폐 여부, 가정 폭력, 식용 개, 제3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 오는 여인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가족이 있었다. 소설은 꼭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장르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같이 평탄하게 살아온 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소설은 쓰지 못하겠구나 하는. 내가 생각해도 우리 가족은 참 너무나도 화목했다. 큰 소리 한 번 나온 적이 없었으니.

히말라야+007 스펙터+헤이트풀8 미분류



* 히말라야
대한민국 국민 90%라면 가슴이 시큰할 만한 영화. 뻔한 스토리에 뻔한 감동 코드. 정우는 사투리 연기에서 언제쯤 벗어나려나.

* 007 SPECTRE
다들 별로라고 지랄지랄하는데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온 것 만으로도 별점 3개는 먹고 들어가지 않나 싶다. 출국한 다음날 한국에서 개봉해서 못 보고 갔고, 거기서 영국 해군 아저씨를 만나 스펙터 얘기를 하게 돼서 귀국하자마자 봤다. 실제 제임스 본드가 영국 해군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다. Royal Navy.... 런던 가고 싶다. 끝.

* Hateful 8
타란티노의 8번째 영화이자 등장인물이 8명인 작품. 말도 많고 피도 많고 미친 놈도 많다. 타란티노가 여자를 다루는 방식에 경외를! 

더 랍스터 + 검은 사제들 요새 보는 것



집에 내려갔으나 엄빠 둘다 바쁜 관계로 홀로 영화 두 탕.

* 더 랍스터
설정 죽여준다. 사전 설명 없이 영화 본 관객들은 초반부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 문득 든 생각은 이대로 우리나라가 비혼과 저출산이 증가하면 언젠가는 저런 식으로 커플 되기를 강제할 수도 있겠다는 무시무시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 그런 꼴이 벌어지기 전에는 죽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 검은 사제들
도입부에 <퇴마록>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나쁜 사람. 흐규흐규. 박 신부님... 흐규흐규.. 김윤석은 너무 똑같고 강동원은 많이 빛났다. 박소담도. 라틴어에 중국어에 독일어인가.... 소재의 부패함은 둘째치고라도 2015년 서울 명동 한복판에 이런 얘기를 갖고 온 시도를 한 감독에게 박수쳐 주고 싶다. 앞으로 명동 거리 지나갈 때마다 검은 돼지 새끼가 꿀꿀대고 있지 않을까 살짝 긴장할 것 같기도...

오늘의 발견 mangsang



마왕의 1주기를 맞아 그의 노래를 틀어놓고 타이핑을 하는 중이다. 힘이 들 땐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며 어쩌고 저쩌고... 고등학교 때 참 많이 들었는데 지금 들어도 가슴이 붕붕 뛴다. 가사는 이제 좀 유치해졌지만 그래도 참 아깝고 아까운 사람.

앞썰이 길었고. 오랜만에 글 쓴다. 문득 든 생각이었는데 기록해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EBS에 가서 CP를 봤다. 한 편 가편 시사가 있었고 예고 시사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예고 완전 발렸다. 이번 일 하면서 편집할 일이 없어서 예고가 내가 편집한 전부였는데 까였다. 뭐 근데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그러진 않았다. 내용 설명을 해주는 예고가 아닌, 이미지성 하이라이트성 예고를 원했으니 출발점부터 전혀 맞지 않았던 셈. 그런 얘길 좀 미리 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작년 재작년 꺼 챙겨보지 않은 내가 잘못했지. 거기다 이제껏 예고에 이렇게 신경쓴 적이 없으니 방심했던 것도 사실.

까인 것보다 기분이 나빴던 건 다른 데 있었다. 시사를 다 끝내고 일어서면서 하는 말이, 이렇게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이니까 예고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예고도 프로그램의 엄연한 부분이라고. 본편은 잘 만들어 놓고 그 뒤에 붙는 예고가 별로면 프로그램 질이 떨어진다고. 맞는 말이었다. 거기까진 인정. 확 짜증이 났던 건 그 뒤에 이어진 말이었다. '레귤러보다 공을 많이 들였으니 잘 나와야지.' 백퍼센트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런 내용이었다. 레귤러보다 공을 많이 들이다. 많이 들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레귤러는 공을 많이 안 들인다는 건가. 제작진이 설렁설렁 대충대충 만든다는 건가. 물론 그런 뜻이 아니었을 거란 거 안다. 근데 그렇게 치면 안 중요한 예고가 어디있고 안 중요한 프로그램이 어디 있을까.

한국기행이라는 레귤러 1년 반 하면서 대충 만드는 제작진은 본 적이 없다. 조금은 새로워지길, 다른 방식으로 해보길 항상 원했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고 노력했다. 도대체 왜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대청봉을 가고 백록담에 가고 백령도에 가고 마라도에 가는 걸까. (돈 벌기 위해서....-_-) 한두 번씩 깔짝대던 헬리캠은 어느새 없으면 안 될 존재가 됐다. 프로덕션 입장에서 헬리캠 굴리는 게 쉬운 일일까. 그거 때매 돈 들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란 걸 알고 있는데. 6주라는 시간 동안 5부작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게 과연 특집 하나 만드는 것보다 쉬울까. 쉽다면 뭐가 쉬울까. 틀이 있으니 따라가면 된다고? 얼마 전 만난 이용규 작가님은 자기는 아직도 한국기행 한 편, 15분짜리를 1시간짜리라고 생각하면서 만든다고 했다. 경력 20년이 넘는 작가가 그렇게 얘기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레귤러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늘 내가 들은 그 말은 참 아픈 말이었다. 아프고 화나고 쓰라렸다.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은 자기 새끼다. 지 새끼 안 이뻐하는 놈 있을까. 안 이뻐하면 미친 놈 싸이코패스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오 이 속담을 써먹다니) 어느 프로그램이나 자기가 하는 건 다 중요하고 최고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러고 싶다. CP가 레귤러 예고에는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이 바닥 일 할 만하다 싶다가도 가끔씩 닥치는 상황, 뭐 같은 상황이 오면 한 번씩 가슴이 턱턱 막힌다. 월급 밀리는 애들 얘기, 밥값도 안 준다는 회사 얘기, 변태 새끼 얘기.....  그랬다. 오늘은 하루 종일 화가 차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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